매우 주관적인 독서평

셰임 머신(Shame Machine, 수치심, 혐오, 그리고 산업)

pazaza 2023. 10. 12. 19:45

 

흥미로운 주제인 수치심과 혐오, 그리고 산업

이 책의 제목은 The Shame Machine - Who Profits in the New Age of Humiliation. 이다. Humiliation은 "굴욕", "존경의 상실" 이라는 뜻이다. 과감한 책 제목과 강렬한 책 표지가 나의 눈길을 끌었다.

 

언제 부터인지 정확히 인지할 수 없지만(대략 SNS의 폭발적인 성장시기가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의 혐오와 차별 문화가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크게 두가지로 알려져 있다. 첫번째는 원래 사회내에 존재하고 있었던 혐오가 개인 미디어의 발달로 더 잘 드러나게 되었다는 설명. 두번째는 개인주의의 확대와 자본주의의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두 가지 이유에 더해 정치적 이득을 위해 혐오와 갈등을 교모히 이용하는 세력이 더해져 다른 국가들 보다도 더 급격한 혐오 문화의 확산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성별 및 성적 취향에 따른 혐오, 빈부격차에 따른 혐오, 연령 차이에 따른 혐오, 정치적 성향 차이에 따른 혐오 등, 수 없이 많은 혐오의 대상이 존재하고 의미 없는 갈라치기를 통해 남과 나를 구분하려 노력한다.

 

넓은 국토를 가진것도 아니고 인구가 아주 많은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유독 심한 우리나라의 혐오 문화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더 깊게 다루어 볼 요량이다.

 


 

심각한 사회 문제임에도 해결이 어려운 이유

강요된 수치심과 혐오는 잘못된 것이고, 혐오 문화가 지나치게 확산되고 있고, 누군가 혐오를 이용해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누군가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신념을 가졌다 하더라도 평범한 개인이 낼 수 있는 목소리는 너무 작다. 개인을 조직하여 집단화 하려면 누군가의 희생 또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어렵게 집단 조직이 성공했다 하더라도 사회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대중에게 영향력을 발휘 하고 사회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권력은 혐오를 통해 이득을 보고 있는 세력과 연계되어 있다.

 

이런 사회 활동에는 영광도 없고 지원도 없고 널리 알릴 길도 없다. 혐오와 갈등의 크기와 인터넷 게시물의 "조회수"가 비례하는 현실에서 혐오와 갈등이 사라져 버린다면 손해를 보는 사람이 생기기 때문이다.

 


 

수치심과 경제 비지니스와의 관계로 구성된 책의 내용

이 책은 개인의 수치심을 이용하여 경제적으로 이득을 보고 있는 여러 사례들을 들어 수치심이 산업계에서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1. 페이스북과 구글을 비롯한 여러 기술 기업은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대중사이에 갈등을 부추기는 최적의 값을 꾸준히 찾고 있다. 이는 트래픽과 광고효과를 높여 엄청난 이윤을 낳는다.

 

2. 수치심으로 빈부 격차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들은 노력이 부족한 사람은 가난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을 편다. 정부의 고용 확대 정책(보조금 등을 지급하는)은 결국 사업가들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과 같다.(더 저렴한 비용으로 인건비를 해결할 수 있으므로)

 

3. 수치심을 이용한 경제 비지니스의 예 : 다이어트 사업을 위해 뚱뚱함을 죄악시 하고 향수(데오드란트) 사업을 위해 체취를 예의 없는 것으로 만든다. 성형, 미용 사업을 위해 외모를 평가하여 사람의 가치를 매기고 아름다움을 추종하도록 한다.

 

4. 마쉬멜로우 실험(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족지연 시험. 일정 시간 마쉬멜로우를 먹지 않고 참을 수 있는 아이 일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높음)은 잘못 되었다. 마쉬멜로우 재실험을 통해 아이들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더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 변인은 "참을성"이 아니라 "부모의 소득과 교육수준" 이다.

 

4-1. 첨언) 마쉬멜로우 재실험과 관련된 논문을 살펴보니 저자가 강조한 수준 만큼은 아니고 "단순한 만족 지연만으로 성공여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정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Revisiting the Marshmallow Test: A Conceptual Replication Investigating Links Between Early Delay of Gratification and Later Out

We replicated and extended Shoda, Mischel, and Peake’s (1990) famous marshmallow study, which showed strong bivariate correlations between a child’s ability to delay gratification just before entering school and both adolescent achievement ...

www.ncbi.nlm.nih.gov

 

5. 수치심과 파멸의 악순환은 어떻게 끊어야 할까? 자각 능력을 키워야 한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약자를 탓하는 논리를 버려야 한다. 모든 논쟁에서 협상하는 양측은 맞은편에 앉은 상대방이 나를 모독하고 무시하고 배제하며 무례하며 군다고 느낀다. 서로 인격적으로 존엄하게 대하지 않는 한 결코 합의는 있을 수 없다.

 


 

 

총평) 책의 내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어려운 논의는 계속되어야 한다.

이 책은 기사나 논문을 중심으로 산업계에서 수치심과 혐오를 유발하는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책 치고는 꽤 많은 참고문헌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저자가 객관적인 주장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저자가 원래부터 비만체질 이였고 이로 인해 발생하게된 사회적 수치심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생각이 이 책의 근간이다 보니 미용과 관련된 내용이 대다수 인점은 아쉽다.

 

또  다이어트 산업과 성형 산업이 각종 광고와 미디어, SNS를 통해 외모에 대한 수치심을 유발한다고 이야기 하면서 저자 본인은 다이어트를 위해 위 절제술을 받은점은 이율배반적 이다.

 

특히 실망스러운 점은 여러 사례를 들어 문제 제기는 하였으나 해결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1장 부터 3장 까지 여러 이야기는 많은데 다 비슷한 내용이고 비슷한 주장이라 1장 만 읽어도 충분하다.

 

수치심과 혐오에 대한 더 깊은 통찰을 바랬던 나에겐 다소 아쉬운 책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이 우리나라에서 출판 되고 사람들이 읽는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특히 혐오와 갈등으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이런 책들이 더 많이 나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봐야 한다.

 


  • 이 책의 장점
    1. 수치심과 혐오에 대한 문제 제기를 주제로 한 책이 드물다.
    2. 기사, 논문을 이용해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이 책의 단점
    1. 저자가 그동안 사회로 부터 얻은 수치심을 해소하기 위해 책을 썼다는 느낌이 든다.
    2. 책 전반에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어서 뒤로 갈 수록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내용이 줄어든다.
    3. 문제 제시는 있지만 답이 없다. 불만만 있고 해결방법이 없다.
  • 추천점수 : 6/10(시간에 여유가 있고 책을 쉽게 구할 수 있다면 가볍게 1장만 읽어 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