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러웠던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나는 카페인에 민감한 편이다. 그런데 낮에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는지 밤에 도통 잠이 오지 않는다. 나이를 먹어갈 수록 불편해 지는 신체 부위가 많아지다 보니 가만히 누워 있는것도 고역이다.
이럴 때는 보통 좋은 책 같지만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안보는 책들을 읽곤한다. 오늘의 선택은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다.
나의 청소년기에 추천 도서 목록에서 빠지지 않았던 '데미안', '수레바퀴 밑에서' 를 읽다가 포기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헤르만 헤세가 누군지는 대강 알고 있었다.
원래 개인적으로 소설 장르를 좋아하지 않지만 재미 없으면 재미 없는대로 졸려도 좋고
'대략 30년만에 다시 읽는 헤르만 헤세의 작품이니 내가 나이를 먹은 만큼 뭔가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
라는 은근한 기대 또한 있었다.
하지만 책을 몇장 읽자마자 기대는 바로 무너졌다.
'사람들은 왜 이런 기괴한 표현을 좋다고 할까?"
나는 비싸고 좋은 그림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다. 실용적이고 직접적인 것을 좋아한다.
내가 보기에 이 책은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의 일기 위에 싯다르타 라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본인이 저지른 일을 합리화 하기 위해 쓴 내용 처럼 보인다. 책 말미에 소개되어 있는 헤르만 헤세의 일생에 대해 알고 나니 이 생각이 더 강해진다.
(부모님과의 불화, 3번의 결혼, 불륜, 아내 방치, 자녀 방치, 자신만의 여행과 사교, 우울증 등)
더군다나 책 내용에 공감 하기도 힘든 것이 여타 히어로 영화와 마찬가지로 출신 성분이 좋은데다 똑똑하고 잘생기고 어떤 사람이든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까지 모두 가지고 있는 히어로 '싯다르타'만이 가질 수 있는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 놨다.
히어로 영화는 신나고 재미있기나 하지 헤르만 헤세는 원만하지 못한 결혼 생활을 했고 아이들 마져 방치한, 요즘 기준으로 보면 정말 나쁜 가장이였기 때문에 내용 또한 우울하다.
그저 책 대부분을 자신을 위한 변명으로 채우되 변명을 위해 불교의 교리를 조금 인용했을 뿐이다.
'나는 우월한 존재야. 그래서 내가 원한다면 가족을 버리거나 가족을 위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돼. 가족과 친구들은 그저 나에게 가르침을 받는 존재, 또는 내가 더 큰 깨달음을 얻기 위해 존재 할 뿐이야. 나는 그냥 글을 잘 쓰기만 하면 돼. 글로서 내 가치를 보여 줄 수 있으니까. 내가 버린 모든 것들은 원래부터 실체가 없는 것이고 잘 한 것과 잘 못 한것 조차 원래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기에 내 마음대로 행동한 것 또한 잘못이 아닌거야. 그저 강물을 바라보고 내가 깨닿기만 하면 되는거지'
함께 수도 생활을 시작한 절친한 친구 '고빈다'에 대한 태도, 심지어 부처님 까지 자신과 동급으로 인식하는 싯다르타의 태도에서(그래서 일부러 주인공 이름을 싯다르타로 지었겠지만) 헤르만 헤세가 살아생전 어떤 사람 이었을지 어렴풋이 느껴졌다.
싯다르타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참회와 해탈을 찾아 볼 수 있는것이 아닌 개인의 변명을 기나길게 본 것 같은 참 기분 나쁜 책이다.
과연 헤르만 헤세가 요즘 태어 났어도 그의 글이 주목 받을 수 있었을까?
나는 유난떨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글이 좋다.
그런데 그렇게 쓰면 사람들이 잘 안보겠지..
나는 명작을 못알아 본다. 원래 그랬다.
보는 눈이 없어서 내가 산 주식은 그리 떨어졌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