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절약과 정속형, 인버터 에어컨 제품 구매 선택을 위한 고찰(에너지 소비 효율등급에 차이가 나는 이유)
안녕하세요.
날씨가 더워지고 있는 요즘 에어컨을 본격 가동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에어컨 켤 때 항상 조심하는 게 있는데... 바로 요금 폭탄입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의 누진세 때문에 예상보다 많은 전기요금이 청구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보통 아래와 같은 고민을 하시게 될껍니다.
1. 가격이 싼 정속형을 구매할 것인가? 비싸지만 전기 소모량이 적은 인버터를 구매할 것인가?
2. 인터버를 구매한다면 비싸더라도 전력 효율이 더 좋을것 같은 대기업 제품을 구매할 것인가 저렴한 중견,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해도 괜찮은 것인가?
3. 우리집 거실은 10평인데 13평형을 구입할 것인가 18평형을 구입할 것인가?
4. 구입한 이후엔 어떤 패턴으로 사용해야 전기료가 가장 적게 나올 것인가?
인터넷에 찾아보면 정말 많은 글이 있고 실제 전력량을 측정해서 사용후기를 남긴 포스트도 많이 있는데요. 대부분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낚시성 제목 + 언론, 업체의 홍보 글들을 붙여 넣기 한 글들이 대부분이고
개인 블로거들이 순수하게 작성한 포스트들도 대부분 단순한 측정결과 또는 정속형-인버터 그래프만 하나 가져다 놓고 Reference 없이 본인 의견 위주로 작성된 글이 대부분이라 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딴지일보에 정성스럽게 포스팅된 아래 기사를 보고 언제 시간이 되면 내 궁금증 해소를 위해서라도 자료를 찾아봐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습니다.
머릿속에 3역학은 잊혀가고 있지만 나름 공학도로서 좀 더 깊은 고찰을 통해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볼까 합니다.
다만, 저는 공조분야 R&D 현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참고문헌의 오역, 기술발전에 따라 내용 중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전문가 분들께서 이 글을 보시고 잘못된 부분을 발견 하신다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열역학 1법칙과 정속형 vs 인버터 에어컨
요즘 나오는 에어컨들은 저가형에만 정속형 컴프레셔를 사용하고 중가형 이상 모델은 대부분 인버터 컴프레셔가 들어가 있습니다.
대부분 구입하시는 에어컨이 인버터라 이 부분을 제외할까 말까 했는데 아직도 저가형 모델은 정속형이 판매되고 있고 에어컨 외에도 제습기 등 컴프레셔가 들어가는 제품도 같은 원리이고 구형 모델을 쓰시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예정대로 작성합니다.
정속형과 인버터 차이는 검색해 보시면 쉽게 아실 수 있습니다. 요점만 말씀드리면 정속형은 On/Off만 되고 인버터는 요즘 나오는 DC선풍기처럼 속도조절이 자유롭다 입니다.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속도 조절만 가능한데 왜 전기료가 절약되지??
열역학 1법칙에 따르면 에너지는 보존되기 때문에 정속형이든 인버터든 퍼 내보내는 열의 총량은 소모된 전기량에 비례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위 간단한 식에서 볼 수 있듯이 내보낸 열은 인버터나 정속형이나 같으므로 열을 내보내는 데 사용된 힘이 줄지 않으면 전기 소비량을 줄일 수 없는 것이지요.
(열교환 과정이기 때문에 엄밀히 이야기 하면 '내보낸 열'의 총량이 전기 소비량 보다 크지만 추가 설명은 생략합니다.)
그런데, 인버터 기술은 속도를 제어하는 기술이지 모터 효율을 향상시키는 기술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 1kwh의 전기를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모터가 할 수 있는 일의 총량은 인버터나 정속형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지요.
모터의 효율을 향상 시키려면 구동부에 고급 베어링을 사용해 마찰력을 줄이거나, 자기력 향상을 위해 설계나 재질을 변경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모터 효율은 잘 모르겠다 치고 냉방효율은 어떻게 계산 하면 좋을까요?
아주 단순하게 냉방능력(집안에서 내보낸 열)과 소비전력간의 상관관계를 보면 됩니다.
이것을 냉방효율(W/W)이라고 하며 냉방능력을 전력소비로 나눠준 비율 값입니다.
아주 단순해서 마음에 드는 식입니다.
다나와에서 찾아본 두대의 벽걸이 에어컨을 통해 각 에어컨의 냉방 효율을 알아보겠습니다.
º 캐리어는 5등급 정속형, 냉방능력 2.3kw에 소비전력 0.65kw = 냉방효율 3.538
º LG는 3등급 인버터, 냉방능력 2.8kw, 소비전력 0.94kw = 냉방효율 2.979
냉방 효율로 보면 정속형 캐리어가 인버터 LG에어컨 보다 무려 18.8%높은 효율입니다.
가격은 캐리어가 35만원 대인데 반해 LG는 51만원 인데 이 가격도 LG공식 서비스가 아니라 설치비 바가지 위험이 있는 소규모 설치 업체 가격입니다.
그런데... 냉방효율에 큰 차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캐리어는 5등급, LG는 3등급 입니다. (?)
왜 냉방효율이 떨어지는 LG 인버터 에어컨이 3등급을 받았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 해답은 예전 삼성전자 연구소 직원분들이 작성한 논문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해답을 간단히 요약하면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을 매길 때 단순히 냉방효율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고 CSPF(Colling Seasonal Performance Factor) 또는 SEER(Seasonal Energy Efficiency Ratio)라는 기간 개념의 에너지 효율을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에너지소비효율 산정관련 국가기준인 KS C 9306:2017에서는 CSPF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논문이기 때문에 지금 사용중인 KS C 9306:2017과 일부 다른 부분이 있으나 큰 맥락에서 차이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논문 내용을 바탕으로 설명드립니다.
에어컨 효율은 최대 냉방부하에서 얼마나 적은 전기를 소모하며 얼마나 많은 열을 내보내냐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 1년 기온 분포일 수를 기준으로 냉방이 필요한 기간 동안 에어컨을 계속 가동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기간 에너지 효율을 산출할 때 냉방을 시작하는 기준 외기온도는 24℃ 로서 일반적으로 우리가 상상하는 한여름과는 거리가 멉니다.
따라서 에너지소비효율등급 산정시엔 일반적인 기준보다 에어컨을 오랜 시간 가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우실 것 같습니다.
(24℃면 가정은 보통 에어컨 가동을 하지 않는 기온 입니다. 사업장에서는 가동할 수도 있겠네요.)
논문에서는 기상청 자료를 참고하여 24℃ 이상인 기간을 산출했고, 냉방 필요 시간을 연간 1,856시간으로(서울 기준) 제시하고 있습니다.
(KS C 9307:2017에서는 941시간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시간 보다 중요한 각 온도별 가동시간 비율은 거의 유사합니다.)
위 표에서 SEOUL 부분을 설명드리면 외기온도가 24℃ 일때 168시간의 냉방이 필요하며, 25℃ 일때는 268시간 냉방이 필요 하다는 의미 입니다. (이와중에 DAEGU는...)
기간에너지 효율은 위 표의 각 외기조건에서 냉방이 필요한 시간만큼 에어컨을 작동하고, 각 온도에서 지정된 시간만큼 에어컨이 퍼낸 열량의 합과 소비한 전력량의 합의 비율로 산정하게 됩니다.
좀 더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24℃에서 168시간 틀어놓고 전력소모량 측정하고 25℃에서 268시간 측정하고 같은 방법으로 38℃ 까지 쭉 측정해서 전력소모량을 모두 합한 값이 작을수록 효율은 상승됩니다.
그렇다면, 에어컨을 낮은 온도에서 오래 틀어 놓는 것과 인버터는 어떤 관계가 있기에 인버터가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위 표는 다나와 인기순위가 높은 LG전자 2in1 모델 중 하나의 기본 사양입니다.
벽걸이와는 다르게 냉방능력과 소비전력에 (정격/최소)라는 항목이 있는 걸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인버터의 장점인 동작속도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격/최소로 나뉘어 있겠죠.
이 숫자를 바탕으로 냉방효율을 계산해 보겠습니다.
º 정격 가동 상태에서의 냉방효율 = 7,000 / 2,030 = 3.448w/w
º 최소 가동 상태에서의 냉방효율 = 1,600 / 320 = 5.000w/w
감이 오시나요?
인버터 에어컨은 정격 가동 상태에서는 정속형과 냉방효율 차이가 없지만
최소 가동 상태에서는 훨씬 높은 효율을 보여 줍니다.
다시 말해, 24℃ 내외의 기온에서 작동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인버터 에어컨의 효율이 정속형보다 월등히 좋아집니다. (낮은 냉방부하 상황)
하지만 높은 기온에서 작동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정속형 에어컨의 효율이 인버터와 비슷하거나 위에서 살펴본 벽걸이 에어컨 냉방효율에서 보듯 정속형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높은 냉방부하 상황)
즉,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등급산정 과정에서 인버터의 효율이 높게 나오는 낮은 냉방부하 조건이 생각보다 많이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여름 2개월 미친듯이 더운 우리나라 기후 특성을 고려할때, CSPF를 반영한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 산정기준은 낮은 냉방부하 상황을 지나치게 많이 반영하는게 아닌가 싶은 개인적인 생각이 듭니다.
(등급제도를 통해 에너지 절감 및 인버터를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한 의도도 있지 않나 추측해 봅니다.)
여기까지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인버터/정속형 선택시 아래와 같은 조언을 드릴 수 있습니다.
구매비용을 포함한 냉방비용으로만 생각한다면
1. 나는 더워서 못 참겠을 때 (외기온 30℃ 이상)만 에어컨을 사용한다 -> 정속형 유리
# 논문에서 인버터-정속형 효율이 같아지는 외기온이 31℃~32℃ 입니다.
2. 나는 항시 쾌적한 상황을 원해서 24℃ 넘으면 에어컨을 자주 사용한다 -> 인버터 유리
# 논문 실험결과 기준 정속형 대비 28.9% 전기절약 가능
# 28℃ 이상에서 가동한다는 조건으로 변경 시 17.5% 전기절약 가능
하지만 2번의 경우도 애매한게
하절기 전기료 증가분이 개월당 3만원(대락 150kwh) 정도 되는 일반적인 가정에서 하절기 3개월간 에어컨을 쓴다고 하면 30% 절약해봤자 1년에 3만원 밖에 안됩니다.
그마저도 6월 중순~9월 중순 평균기온은 24℃를 웃돌기에 30% 절약도 실제론 어려운 환경입니다.
전력 효율이 좋은 정속형 / 인버터 에어컨 선택 방법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정말 더울 때만 에어컨을 사용한다면 인버터나 정속형이나 전기료 차이는 크게 발생되지 않습니다.(높은 냉방부하 상황)
하지만 인버터 에어컨은 비싼 만큼 부가기능(전력 소모량 모니터링, 미세먼지 제거 등)이 많고 디자인, 송풍 능력도 좋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본인의 성향을 고려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특히, 인버터는 온도/습도 변화폭이 적으므로 쾌적함 측면에서 정속형에 비해 우수하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아마 인버터 에어컨으로 바꾸고 전기절약이 많이 되었다는 후기들은 우수한 쾌적함과 장시간 운영에 유리한 인버터의 장점이 실제 전기료 절감량 보다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여기에 더해 전력 효율이 높은 에어컨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앞서 설명드린 냉방효율을 직접 계산해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대기업 인버터 에어컨이라고 무조건 효율이 좋은 것이 아니라 (냉방능력/소비전력) 비율이 높은 제품이 우수한 전력 효율을 가진 제품이므로 냉방효율을 계산해 보시고 구매 가격 대비 예상되는 전기료 절감액을 따져 보시면 됩니다.
아울러 인버터 모터가 들어갈 경우 가격이 높아지는 제습기와 같은 제품들도 같은 패턴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운영하는 시간이 많으면 인버터가 유리하지만 최대 부하 조건으로 잠깐씩 쓰는것은 인버터나 정속형이나 차이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최대 전력소모량이 작은 제품은 인버터를 쓴다고 해도 절감되는 전기료가 얼마 안되기 때문에 디자인, 부가 기능(소음) 때문이라면 모를까 전기료 때문에 인버터를 구매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선택이 되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이렇게 1, 2번 의문에 대한 고찰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포스트에서 3, 4번 의문에 대한 고찰이 계속됩니다.
2020/08/27 - [깊이 들여다 보기] - 정속형, 인버터 에어컨 전기절약 원리와 효율적인 사용패턴(몇 평형을 구입할까?, 끄고 나갈까 켜고 나갈까?)
2020/06/13 - [깊이 들여다 보기] - 에어컨 전기료 절감, 전기료 폭탄 예방, 실외기 커버 (지붕, 차양막) 효과 있을까?
본 포스트 내용의 무단전제 / 복제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인용시에는 반드시 블로그 링크를 포함한 출처를 밝혀 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