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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주관적인 독서평

"새로운" 무의식

by pazaza 2020. 5. 15.

심리학과 관련된 또 하나의 책을 읽었습니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읽은 뒤라 가끔 꿈을 꾸고나면 "내가 어떤 무의식에 빠져 있기에 이런 꿈을 꿨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이 책은 프로이트의 무의식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표지에서 볼 수 있듯 저자는 심리학적으로 프로이트의 이론은 '애매하고 간접적'인 경험에서 탄생한 불완전한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저자의 전공이 이론물리학이기에 '명확한 실험을 통해 재현성이 확보된 사실'을 중요시 하는것 같습니다.

 

저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프로이트 무의식 이론의 비과학성에 대해 비판 하는데 제가 심리학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현재 심리학에서 프로이트는 '무의식'의 중요성을 '지각' 했다는 의의 정도만 있는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어쨌든, 이 책은 모호한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과는 다르게 실험과 관찰을 통해 밝혀진 사실을 기반으로 인간의 무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놓습니다.

 

여지것 본 책중에서 본문 길이 대비 가장 많은 Reference를 가진 책으로서 (서문, 감사인사, 색인 등 모든 페이지를 포함하여 총 333page인데 그중 무려 26page가 Reference에 할당되어 있습니다!!) 학자로서의 열정(?)과 '나는 사실만을 썼다'라는 무언의 의지가 느껴집니다.

 

'이론 물리학을 전공한 저자' , '방대한 Reference' 에서 느낄 수 있듯 책은 교양서적과 기초수준의 전공서적의 중간쯤되는 수준으로 사실 위주의 다소 딱딱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의식과 관련된 내용이 폭넓게 소개되어 있어 몇몇 내용은 방송 미디어를 비롯해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교양심리학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인상깊었던 내용을 제 의견을 더해 몇가지 소개하겠습니다.

 

1. 인간이 10% 뇌만 쓰고 있다는 이야기의 진실 -> 90%는 무의식에 할당 되어 있어 의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뇌는 원래 그정도 밖에 안되는 것이 맞다.  뇌는 근육과 달리 쉴때나 일할때나 에너지 소비가 비슷한데 그만큼 무의식 처리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

 

2. 사람은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대로 기억한다. -> 거짓말을 의도하지 않더라도 착각, 자신의 믿음에 따라 '사건' , '범행 현장의 범인 인상' , '물건의 색깔' 심지어 '날씨'까지도 착각할 수 있다.

 

3. 인간과 동물의 차별점은 단순히 '지능지수'가 높은것 보다도 '사회적 목적을 가진 지능'을 가졌기 때문이다. -> 인간은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려는 욕구와 능력이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자신의 애완동물을 의인화 하여 생각하는가 하면 물건, 심지어 기하학적 도형에서도 심적 상태를 유추한다. (동그라미는 따뜻하다. 삼각형은 거칠다.)

 

4. 비언어적, 무의식적인 행동을 통해서도 우리는 항상 소통하고 있다. ->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 영화도 몸짓과 표정으로 줄거리를 유추한다. 여러 행동을 통해 사람의 지위나 직업 등을 유추 할 수 있다.

 

5. 인간은 외모, 목소리, 분위기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 1,3번과 연관하여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욕구와 능력이 있고 이것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다. 말그대로 무의식이기 때문.

 

6. 인간의 뇌는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사람과 사물을 범주화 하며 이러한 특성때문에 무의식적인 편향이 발생한다. -> 예를 들어 근육이 크고 인상이 나쁜 사람이 시야에 들어온다면 뇌는 그 사람의 본성과 관계없이 위함한 사람으로 판단한다. 이런 편향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성편향, 외모편향, 인종편향 등)

 

이러한 편향은 무의식적이긴 하지만 지속된 교육과 사회인식 변화를 통해 어느정도 극복이 가능하다. -> 간디도 흑인은 미개한 인종이라고 발언했으며, 링컨도 백인과 흑인이 인종적으로 평등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현재 대부분의 일반인은 링컨보다 백인과 흑인이 동등하다고 생각한다.)

 

7. 인간은 생존을 위해 집단을 이루고자 하는 무의식을 가지고 있으며(내집단), 경쟁시 되는 집단(외집단)을 경계하기 위해 내집단의 손해를 정당화 하고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 국가 내부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타국과 전쟁하는 행위, 하지만 갈등 구조의 변화와 공통 목표의 제시를 통해 내집단과 외집단은 유연하게 바뀔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사회 갈등을 해소시킬 수 도 있다.

 

8. 인간은 생존을 위해 설계되었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다. ->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이력서에 기제된 거짓 정보(객관적인 지표가 아닌)에 따라 면접 결과가 달라진다. 심지어 면접관은 자신이 매우 객관적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누군가 나의 감정 상태에 대한 질문을 하면 뇌는 그 감정에 대한 표준적 이유, 기대, 문화적이거나 사회적인 해석에 잘 부합하는 설명이나 예측을 내놓는다. 인간은 사회적 지능이 발달되어 있고 무의식적으로 사용한다. 2번과 관련하여 실제 내 감정이 내 말과 맞는지는 상관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것이 기억이고 진실이 된다.

 

비합리적인 소비를 했을때 누군가 그 이유를 묻는다면, 진짜 그 이유를 대답할 수 있을것인가? 내 비합리적인 행동을 비난받지 않기 위해 그럴싸한 대답을 뇌가 만들어 내는건 아닐까?

 

9. 우리는 기준을 조정함으로써 자신이 선호하는 결론에 우호적인 증거만 받아들인다. -> 이미 무의식에서 답은 정해져 있고 설명은 내 무의식적인 결정을 보완하기 위한것일 가능성이 높다.

 

다소 딱딱한 구성을 가지고 있고 실험결과를 소개하는 내용이 많아 극적인 부분은 없지만 무의식과 관련된 인간의 많은 속성을 이해하기 좋은책 입니다.

이 책도 출간된지 10년이 다 되가는데 10년 사이 또 다른 새로운 무의식에 대한 연구는 어디까지 진행 되었는지 궁금한 마음도 생깁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책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네요.

"프로이트의 애매한 주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 물리학자가 쓴 교양심리학 기초서"

 

 

좋았던점 : 실험을 근거로한 인간 무의식 소개

부족한점 : 독자에 따라 다소 지루하게..(사실 저도 중간에..) 느껴질 수 있음

 

종합평점 :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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